배달 메뉴가 매장보다 비싼 건 가게의 욕심이 아니라 수수료가 가격표 뒤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광장
배달가와 매장가의 차이는 폭리가 아니라 가격표 뒤에 숨은 수수료 구조다, 숨기지 말고 보여라.
박세미 필자2026년 10월 3일배달앱 하나 켜서 치킨을 골라 보십시오. 매장에서 1만 9천원짜리가 배달 화면에서는 2만 3천원으로 뜹니다. 소비자는 가게가 바가지를 씌운다고 말하고, 가게는 수수료를 내야 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 갈등은 값 차이 자체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그 차이가 어디서 왔는지 주문 화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데서 시작됩니다.
배달 주문 한 건의 결제 구조를 들여다보면 답이 보입니다. 앱 유입 수수료, 결제 수수료, 배달 대행 수수료가 한 건에 겹쳐 쌓여, 매출의 10% 안팎이 가게를 거치지 않고 빠져나갑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앱 유입 수수료율 상한을 6.8%로 정하고 2025년에는 5.8%로 낮추도록 한 것 자체가 그 부담이 과했다는 공적 인정입니다. 그런데 상한을 정한 것으로 끝났습니다. 그 수수료가 매장가와 배달가 사이의 차이에 얼마나 끼어 있는지, 소비자가 볼 수 있는 자리에 드러난 적은 없습니다.
이건 폭리가 아닙니다. 채널마다 원가 구조가 다른 것을 가격에 옮긴 결과입니다. 가게가 배달가를 매장가와 같게 유지하면 배달 한 건의 마진은 매장 판매보다 확연히 작아집니다. 앱 수수료가 매출의 적지 않은 비율로 가게를 거치지 않고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가게가 살아남으려면 그 부담을 가격에 올릴 수밖에 없고, 소비자는 그 사정을 모른 채 값만 보게 됩니다. 문제는 차등 자체가 아니라 비공개입니다. 가격표 뒤에 수수료 구조가 숨어 있으니 소비자의 눈에는 가게의 가격표만 보이고, 그 아래로 흘러나가는 돈은 보이지 않습니다. 가게와 앱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결국 이 비공개 구조에서 나온 일입니다.
일부 가게가 직접배달로 전환해 값을 낮추고 있습니다. 앱을 거치지 않는 채널에서 수수료를 걷어내면 가격을 내릴 여지가 생깁니다. 그러나 이것은 가게마다 따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소비자가 주문 화면에서 구조를 비교할 수 없는 한, 더 싼 곳이 더 정직한 곳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핵심은 값 통일이 아닙니다. 노출이 필요합니다. 주문 화면에서 매장가와 배달가의 차이에 수수료가 얼마나 담기는지 보여주면, 가게와 소비자는 같은 편이 될 것입니다. 소비자는 가게가 왜 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되고, 가게는 더 이상 바가지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아도 됩니다. 불신이 생기는 까닭은 소비자가 수수료 구조를 볼 수 없기 때문이고, 보이지 않는 자리는 의심으로 채워지기 마련입니다. 가격표 뒤에 숨은 중간 비용 구조를 주문 화면에 한 줄 끌어내는 것, 그것이 배달가 논쟁을 끝내는 시작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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