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한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건 노쇼 환자가 아니라 초과 예약이다광장
예약 시간을 지켜도 기다려야 하는 진짜 이유는 환자 노쇼가 아니라 병원이 걸어 둔 초과 예약이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 예약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자기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려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병원 측은 예약 없이 찾아오거나 오지 않는 환자가 많아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 설명은 겉으로만 그럴듯할 뿐입니다. 예약을 걸어 두고 오지 않는 환자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병원이 미리 알면서도, 그만큼 더 예약을 열어 두는 것은 병원 스스로 선택한 운영 방식입니다.
오지 않는 환자가 생길 것을 감안해 예약 가능 대수를 실제 진료 횟수보다 넉넉하게 열어 두는 관행이 있습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빈자리가 생기면 손해이니, 그 손해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조치의 결과가 어디로 가는지를 보면 사정이 다릅니다. 예약 시간을 지켜 도착한 환자들끼리 서로의 시간을 밀어내며 대기실에 앉아 있게 됩니다. 노쇼 비용이 환자의 대기 시간으로 넘어가는 구조입니다. 예약 시간을 지킨 사람이 손해를 보고, 예약을 흐트러뜨린 대가를 묻는 자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것은 운영의 실수가 아닙니다. 대기실이 가득 차도 병원 수익 흐름은 유지되는 구조에서, 초과 예약은 실패가 아니라 설계된 성공입니다. 다만 그 성공의 비용을 내는 사람은 진료비 외에 자기 시간을 따로 내는 환자입니다. 초과 예약, 이건 수익 관리가 아니라 환자에게 떠넘기는 시간 세금입니다.
항공사도 비슷하게 좌석을 초과 판매하곤 합니다. 그런데 항공권에는 위약금이 있고, 노쇼에 대한 페널티가 분명히 정해져 있습니다. 병원 예약에는 그런 장치가 없습니다. 환자가 예약을 지켜도, 늦어도, 취소해도, 페널티의 방향은 언제나 같습니다. 병원이 예약을 얼마나 초과해서 열어 두었는지 환자가 확인할 방법이 없고, 병원이 알릴 의무도 없으니까요. 무너집니다, 그 한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환자가 가진 시간에 대한 권리가.
그렇다면 할 일은 분명합니다. 예약 시간에서 일정 시간 이상 밀리면 병원이 대기 순서와 예상 대기 시간을 환자에게 알려야 합니다. 시간대별 예약 현황을 공개해서, 병원이 얼마나 많은 예약을 열어 두었는지 환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초과 예약이 불가피한 운영이라면, 그 폭과 결과를 환자에게 밝히는 것이 병원의 몫입니다.
환자가 기다리는 시간에도 가격표가 붙어 있다면, 그 가격을 매기는 쪽이 먼저 그 사실을 밝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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