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사용 여부를 밝히는 대신 의혹 제기자부터 다스리는 것은 내분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 자체를 지우는 일이다광장
'택시타야 하나'라는 반문은 특권을 변호할 뿐, 세금 사용 여부라는 물음에는 답하지 않는다.
김인환 필자2026년 10월 30일의혹을 제기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면, 질문은 사라지고 맙니다. 주진우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골프 의혹을 제기하며 세금 사용 여부를 밝히라고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주 의원은 이른바 '황제골프' 의혹을 스물다섯 차례나 거론했던 것이지요.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주 의원을 경찰에 고발하는 것으로 맞섰습니다. 논쟁의 본문은 골프 치는 대통령 부부가 아니라 그 라운드 비용을 누가 냈는지라는 단순한 사실 관계인데, 지금 벌어지는 일은 사실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물은 사람부터 다스리겠다는 구도로 흘러가고 있는 셈입니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주 의원을 향해 "반민주적 패악질"이자 "뻔뻔하고 몰염치"라고 했습니다.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무책임한 흑색선전이자 악의적인 가짜뉴스"라며 "대통령과 그 가족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의혹 제기자에게 쏟아지는 수위는 범죄자를 다루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가장 쉬운 반박은 제기자를 욕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 지급 내역을 꺼내 보이는 일인데, 민주당은 내역 대신 제기자를 끌어내리는 길을 택했습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부부가 택시를 타야 하느냐는 취지로 반문했습니다. 지위에 걸맞은 이동 수단을 변호하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그 반문은 누가 비용을 냈는지라는 물음에는 한 마디도 답하지 않습니다. 김어준이 방송에서 박 의원과 충돌하며 여권 내부 이견이 공공연해진 것도, 결국 이 '택시' 발언이 질문의 자리를 비켜가고 있다는 걸 스스로 드러낸 꼴입니다. 대통령이 택시를 타야 하는지 아닌지는 이 사안의 핵심이 아닙니다. 공적 자원이 사적 여가에 쓰였는지 아닌지가 핵심입니다.
밝혀야 할 것은 의혹 제기자의 자격이 아닙니다. 밝혀야 할 것은 골프장 예약 주체가 누구인지입니다. 밝혀야 할 것은 비용이 어떤 계좌에서 나갔는지입니다. 의혹은 스물다섯 번이나 제기됐고, 비용 지급 경로를 보여주는 증빙은 영(零)입니다. 형용사 열 개로 의혹 제기자를 매장하는 것보다 숫자 하나로 결론을 내리는 편이 훨씬 빠릅니다.
물음의 자리를 되찾는 길은 징계론이 아닙니다. 비용 지급 경로를 공개하면 됩니다. 진실은 진영의 목청이 아니라 장부로 증명됩니다. "패악질"이라 불리고 "가짜뉴스"라 불리는 그 의혹은, 영수증 한 장이면 끝날 일입니다. 그런데도 영수증을 꺼내지 않고 제기자를 고발하는 쪽으로 힘을 쏟는다면, 그것은 의혹을 불식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의혹을 방치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힐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을 지우면 잠시 조용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용해진 공간에 쌓이는 것은 의심입니다.
장부가 입을 열면 목청을 높일 필요가 없습니다 — 침묵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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