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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비를 매달 걷으면서 항목마다 어디에 얼마가 쓰이는지는 밝히지 않는 것은 유지비를 받는 일이 아니라 새는 곳을 보이지 않게 하는 일이다광장

값은 매달 걷으면서 쓰임은 밝히지 않는 관리비는 유지비가 아니라 불투명의 이전이다.

모민철 필자2026년 11월 3일

매달 관리비를 걷으면서 항목마다 어느 지점에 얼마가 흘러갔는지 밝히지 않는 방식은, 유지비를 청구하는 일이 아니라 새는 곳을 감추는 일입니다. 아파트 관리비는 일반관리비를 비롯해 청소·소독·승강기 유지비, 장기수선충당금 등 여러 항목으로 이루어진 돈으로, 입주민이 매달 부담합니다. 그런데 이 돈이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어떤 명목으로 지출되는지는 고지서 몇 줄의 숫자 안에 압축되어 버리지요. 돈은 걷되 흐름은 보여주지 않는 구조가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이 구조의 문제는 위탁관리 단지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관리업체가 수수료를 받고 관리를 대행하는데도, 그 수수료가 관리비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입주민이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업체 선정 입찰이 어떤 조건으로 진행되었는지, 수수료율이 어떤 근거로 정해졌는지 주민에게 공개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입찰이 열렸다는 사실만 알려주고 누가 어떤 조건으로 참여했으며 왜 그 업체가 뽑혔는지를 감춘다면, 그것은 경쟁이 아니라 지정입니다. 입주민은 결과만 납부할 뿐 과정을 들여다볼 방도가 없습니다.

장기수선충당금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시설 노후화에 대비해 적립하는 필수 항목이지만, 인상 시기와 기준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바뀐다는 불만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적립의 필요성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변동의 근거를 투명하게 제시하지 않는 태도 자체가 문제입니다. 숨기는 것은 항목입니다. 숨기는 것은 과정입니다. 숨기는 것은 결국 책임입니다.

제도는 있습니다. 감사 청구권도 있고 회계 장부 열람권도 있습니다. 그런데 서류가 장황하거나 안내가 형식에 그쳐 확인이 사실상 막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제도는 있고 확인은 없습니다. 권리는 있고 접근은 없습니다. 청구는 가능하고 이해는 불가능합니다. 열람이라는 제도가 실제 확인으로 이어지려면 서류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정리되어야 하고, 항목이 추적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재되어야 하며, 질문에 답할 의무가 누군가에게 주어져야 합니다. 그것 없이 열람권만 두는 것은, 문은 열어주되 방 안은 어둡게 둔 채 보실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관리비 고지서는 청구서가 아닙니다. 감추기 도구입니다. 항목별 상세 내역을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고지하고, 위탁 수수료와 입찰 내역의 열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않는 한, 매달 내는 돈은 기부에 가깝고 기부를 강요하는 구조를 감사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돈을 내는 사람이 어디에 샜는지 묻지 못하도록 만든 모든 구조는, 이름이 무엇이든 갈취와 다를 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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