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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현장조사 거부를 이기는 힘은 위원장의 호령이 아니라 절차의 중립성이다광장

조사 거부에 맞서는 힘은 위원장의 언성이 아니라 절차의 중립성이라는 기관의 신뢰에서 나온다.

박세미 필자2026년 10월 13일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거부한 기업을 앞에 두고, 위원장이 호령을 내렸습니다. 그 호령은 면죄부입니다. 쿠팡이 공정위의 현장조사에 응하지 않아 조사가 중단된 사태에서 주병기 위원장이 CBS 라디오에 출연해 무너진 정의를 다시 세우겠다며 조사 재개 의지를 밝혔기 때문입니다. 공정위는 쿠팡이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아야 할 대상이지만, 동시에 공정위 스스로 사전통지 절차를 제대로 밟았는지라는 도마 위에 올라 있는 처지입니다.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조사받아야 할 기업이 절차적 하자를 들어 현장조사를 거부했고, 여야가 한목소리로 질타하는 가운데 위원장이 "경제적 제재 강화"를 언급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것입니다. 그러나 위원장의 언사가 거칠어질수록 쿠팡의 거부는 천만짜리 오만이 아니라 '평등한 집행'에 대한 요구로 위장될 빌미가 커집니다. 규제 기관이 정치적 색채로 읽히는 순간, 기업의 불응은 독자적인 항변 구실을 손에 쥐게 됩니다.

조사가 30일간 멈춰 있습니다. 위원장의 선언은 한 줄짜리 문구였지만, 그 한 줄이 메운 30일의 공백은 절차의 빈틈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법원이 쿠팡의 현장조사 집행정지 가처분을 기각한 뒤 위원장이 재착수를 시사했지만, 기각이 곧 공정위의 절차가 완벽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쿠팡 측이 사전통지 없이 기습조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해온 이상, 집행의 정당성은 결과가 아니라 절차를 지켰는지로만 답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절차가 없는 집행은 힘이 아닙니다. 절차가 없는 집행은 기업의 반사적 거부를 부릅니다. 절차가 없는 집행은 위원장의 선언으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공정위가 지금 세워야 할 것은 정의가 아니라 기록입니다. 조사 대상 선정의 일관성, 사전통지의 준수, 현장조사 과정의 투명한 문서화—이것이 공정위의 신뢰를 떠받치는 기둥입니다. 위원장이 공익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취지로 쿠팡의 거부를 비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공익이란 말 역시 절차의 중립성 위에서만 무게를 가집니다.

주병기 위원장의 방송 출연을 둘러싼 중립성 의혹까지 겹치면서 사태는 더 꼬였습니다. 특정 정치 성향의 방송에 나가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조사 대상 기업에 당신은 표적이라고 고파 보내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공정위가 정의의 사도처럼 행동할수록, 그 정의의 무대 아래 절차적 하자는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정의를 세우겠다는 선언이 울릴수록, 그 정의가 서야 할 자리가 비어 있음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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