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로 바뀌는 통상 지형을 남의 일로 보는 것은 외교를 세우는 일이 아니라 닥친 뒤에야 움직이는 대응을 반복하는 일이다광장
하원 탈환·상원 접전, 관세와 대북 카드가 바뀌는 판인데 한국 정부의 시나리오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 중간선거를 남의 정치로 보는 순간, 통상 외교는 이미 반쯤 포기된 상태입니다. 미국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받아 드는 바로 그 시각에 한국 수출 기업의 하반기 실적 전망과 원화 환율이 흔들립니다. 트럼프 행정부 후반기 의회 지형이 바뀌면 관세·통상·대북 정책의 출발점 자체가 달라지는데, 연합뉴스는 하원을 민주당이 탈환하고 상원은 접전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전망이 맞든 틀리든, 의회 지형 재편이 관세 압력의 속도와 방향을 정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하루 전 밤,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이 불가피했다고 말하며 전쟁 비용을 "푼돈"이라 불렀다는 것은 단순한 선거 구호가 아닙니다. 집권 후반기 의회와 발을 맞춰야 하는 행정부가 관세와 안보, 통상 압박을 얼마나 거세게 당길지를 미리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미스터 거부권'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트럼프가 의회 지형에 밀려 입법을 멈추는 대신 행정명령과 관세 발동으로 돌파하려는 성향은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예고된 변수입니다.
그 변수 앞에서 이재명 정부의 시나리오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원이 바뀌든 그대로든, 관세율이 오르든 환율이 출렁이든, 어느 경우에 어떤 방어막을 칠 것인지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습니다. 기업이 미국 현지에서 벌이는 행보와 비교하면 그 침묵은 더 선명해집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로 미국 완성 무기체계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미국 육군으로부터 'XM1776'이라는 제식명까지 부여받았고, 미국 해군 중형상륙함 건조 사업에서 2억6900만 달러 규모 계약을 따냈습니다. 하나은행은 우즈베키스탄 투자산업통상부와 투자·금융 협력 업무협약을 맺으며 중앙아시아 거점을 다지고 있습니다. 기업은 이미 관세 벽 너머로 가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정부는 기업보다 느립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뒤 미국과 남미, 유럽을 돌며 AI와 공급망 외교에 나섰습니다. 일정은 화려합니다. 그런데 그 순방의 결과로 관세 충격에 대비한 시나리오가 한 장이라도 나왔습니까. 환율 급등 때 수출 기업의 현금흐름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서민 일자리가 관세 역풍에 부딪힐 때 어떤 안전망을 작동시킬 것인지를 밝힌 적이 있습니까. 순방 사진은 많은데, 방어 체계의 윤곽은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습니다. 결과별 시나리오가 보이지 않습니다. 관세 충격에서 수출 기업을 지킬 방어선이 보이지 않습니다. 기업이 스스로 미국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중앙아시아로 눈을 돌리는 동안, 정부가 내놓는 것은 순방 일정과 기념 촬영뿐입니다. 통상 외교는 닥친 뒤에야 움직이는 것이 외교가 아닙니다. 선거 결과가 발표되는 날 아침에야 부랴부랴 대책회의를 여는 것을 준비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투표가 끝난 다음에야 지도를 펴는 자를 전략가라 부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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