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라이더를 심판하는 알고리즘 공개는 영업 비밀 침해가 아니라 임금 명세서를 내놓으라는 요구다광장
라이더의 수당을 정하는 알고리즘은 기업의 비밀 자산이 아니라 근로조건의 공시 대상이다.
모민철 필자2026년 10월 5일배달료 산식을 숨기는 것은 영업 비밀 보호가 아니라 임금 체불입니다. 정부가 플랫폼 노동자의 수당과 배차를 정하는 알고리즘 공개 방안을 추진하자 배달 업계가 반발했습니다. 영업 비밀 침해다, 기술 경쟁력이 무너진다, 이렇게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을 냉정하게 짚어 보겠습니다. 라이더의 배달 단가와 수당이 어떤 기준으로 계산되는지, 이것을 두고 공개 요구와 거부가 맞붙어 있습니다. 업계는 기술 유출을 내세우고 정부는 투명성을 내세웁니다. 그런데 이 논쟁에서 빠진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매일 그 산식대로 일하는 라이더입니다.
업계의 반론은 분명합니다. 배차와 단가를 정하는 알고리즘은 플랫폼의 핵심 기술 자산이고, 이를 공개하면 경쟁사에 기술을 넘겨주는 결과가 된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영업 비밀을 지키려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빠지는 게 있습니다. 라이더에게 그 알고리즘은 경쟁의 무기가 아니라, 오늘의 임금과 노동 강도를 일방적으로 정하는 계약 조건이라는 사실입니다.
플랫폼은 이미 소비자를 향해서는 얼마나 숨기지 않습니다. 주문 화면에는 배달비가 얼마인지, 총액이 얼마인지 건별로 다 보여 줍니다. 가게를 향해서도 주문 건마다 얼마를 떼는지 수수료율을 안내합니다. 공개되지 않는 유일한 지점은 정작 그 돈이 만들어지는 현장, 라이더의 몫이 어떤 산식으로 정해지는지입니다. 소비자의 지갑은 투명하게 열어 두고 노동자의 임금 근거만 닫아 두는 것은, 기술 보호가 아니라 정보의 우선순위를 이미 정해 둔 결과입니다.
일반 근로자는 누구나 임금 명세서와 근로계약서로 자신이 받는 임금의 근거를 따질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배달 라이더는 그 근거를 따질 방법조차 없이 시스템이 정한 몫을 받아왔습니다. 이제 그 산식의 공개를 요구하자, 산식을 정한 쪽이 영업 비밀을 운으며 거부하고 나선 것입니다. 임금을 정하는 규칙을 숨긴 채 지급하는 것, 그것이 알고리즘 시대의 임금 체불입니다.
공개의 범위가 소스 코드까지 포함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배달료와 수당이 어떤 기준으로 계산되고, 어떤 행동이 불이익으로 이어지는지, 공개 대상은 그 산식입니다. 기술 세부가 아닙니다. 임금 산식입니다. 공개만으로 배달 단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공개를 반대할 이유가 아니라 공개 위에 세워야 할 다음 요구일 뿐입니다. 임금의 근거를 숨기는 시스템은 그 근거를 따질 권리 자체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설명해야 할 의무는 숨기는 쪽에 있지, 투명성을 요구하는 쪽에 있지 않습니다. 임금을 정하는 규칙을 공개하지 않는 시스템은 그 규칙의 정당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입니다. 산식이 드러나는 순간 비로소 단가 논쟁도 시작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출발선에 지금 서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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