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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성기 재개 위협 앞에서 군사회담 제안만 되풀이하는 것은 대화의 의지가 아니라 대응의 부재를 대화로 덮는 일이다광장

확성기 위협에 군사회담 제안만 반복하는 것은 대화가 아니라 대응의 부재를 드러내는 일이다.

모민철 필자2026년 10월 25일

접경지 야산에 확성기가 다시 얹힐 자리가 비어 있다면, 그 빈 자리를 메우는 것은 방송이 아니라 침묵입니다. 북한 김여정이 10월 중 전 국경선에서 대남 확성기 방송을 가동하겠다고 예고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한국 군은 최전방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김여정이 이 정부를 윤 정부보다 "악질"이라 부르며 확성기 재개 검토 입장을 내놓는 사이, 정부가 반복해서 꺼내 드는 카드는 군사분계선 논의를 명목으로 한 회담 제안 하나뿐입니다.

통일부가 "충돌 위험 행위를 즉시 멈춰야"라고 촉구한 것은, 위험을 인정하고도 내놓을 수 있는 것이 회담 제안뿐이라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 드러낸 꼴입니다. 상대가 도발을 예고하고 회담을 거부하는 자리에서 제안만 되풀이하는 것은 대화의 의지가 아니라 대응 수단이 비어 있다는 뜻입니다. 가장 드러난 대화 몇 마디가 가장 큰 침묵을 만들어내는 역설이 바로 이것입니다. 손에 쥔 것이 회담 제안 한 장뿐이면 그 제안은 압박을 돌려받는 매개로 전락하기 마련입니다.

왜 정부는 같은 제안을 되풀이합니까. 동원할 수 있는 수단 가운데 회담 제안만 남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확성기를 내려놓게 하거나 접경지 긴장을 낮출 실질적 압박 수단이 보이지 않으니, 제안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인상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처지입니다. 김여정이 한국군을 "겁먹은 개"라 조롱하면서까지 위협의 수위를 올리는 것은, 바로 이 빈손을 읽어낸 뒤에 나오는 도발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접경지에서 북한군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으며, 군이 최전방 경계를 강화하는 단계에 들어간 것은 그 위협이 말로만 그치지 않으리라는 판단이 서 있기 때문입니다. 확성기를 철거한 것은 긴장 완화의 제스처였지만, 상대의 응답은 전술적 타격수단 증강과 대남 방송 재개 예고로 돌아왔습니다. 제스처를 걷어낸 뒤에도 남는 것이 또다시 회담 제안이라면, 그 제안은 도발을 막아서지 못하고 오히려 도발의 명분을 깎아주는 역할만 하게 됩니다.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것과, 빈손으로 문 앞에 서서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은 다릅니다. 전자는 수단이 있어 여유를 가지는 것이고 후자는 수단이 없어 시간을 벌어보는 것입니다. 이 정부가 내건 대화의 의지가 진짜라면, 회담을 제안하는 손에 실질적 압박 수단이 쥐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없는 회담 제안은 북한이 확성기를 켜고 끄는 사이 접경지 주민이 겪어야 할 불면의 밤을 건사하지 못합니다. 회담을 제안하는 손이 비어 있다면, 그 빈 손을 북한이 더 강하게 쥐어뜯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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