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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을 정쟁이라 부르는 순간 대선 결과를 의심할 권리까지 덮어 버리는 것이다광장

투표용지 247만 장 검증을 '정쟁'으로 치부하는 태도는 대선 신뢰성을 묻는 권리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오민석 필자2026년 10월 29일

검증을 정쟁이라 부르는 순간, 우리는 대선 결과를 의심할 권리까지 덮어버리는 것입니다. 6·3 대선 투표용지 247만 장에 대한 공개 검증이 올림픽공원에서 시작됐습니다. 특검과 경찰이 대거 투입된 이 작업은 선거가 끝난 지 석 달이 지나도록 풀리지 않는 의혹을 확인하려는 최소한의 절차인데, 여당은 이를 '정쟁'이라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검증 자체가 상대방의 선거 공략이라는 논리인데, 이는 투표용지를 다시 세는 일이 아니라 세우려는 사람의 의도를 먼저 재판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지 않습니까? 아니, 다름없습니다.

민주당의 '정쟁' 프레임은 겉으로는 정치적 중립을 가장하지만, 실제로는 검증 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논리입니다. 검증이 정쟁이라면 검증을 요구하는 쪽은 물론이고 검증을 수행하는 특검조차 정치적 의도를 가진 집단이 되어 버립니다.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의도부터 심문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247만 장이라는 숫자는 음모론의 재료가 아니라 확인 가능한 물증입니다. 공개 검증은 의심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의심의 크기를 재는 일입니다. 의심이 100이면 100으로, 0이면 0으로 확인하는 것이 검증의 본래 기능입니다.

검증의 규모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특검과 경찰이 대거 투입되는 이 작업을 단순한 정치적 퍼포먼스로 치부하기에는 물리적 비용이 너무 큽니다. 247만 장의 투표용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일은 열흘 안팎의 단기전이 아닙니다. 확인 없이 넘어간 의혹은 언제든 다시 불거지기 마련입니다.

여당의 반발을 이해 못 할 것도 아닙니다. 검증 결과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나올 경우를 대비한 정치적 방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검증을 거부하는 쪽이 아니라 검증을 방해하는 쪽이 신뢰를 잃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결과가 여당에 유리하게 나오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불리하게 나오면 그때 법적 대응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시작도 하기 전에 '정쟁'이라는 딱지를 붙여 검증 자체를 막으려 한다면, 이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확인 자체에 대한 거부가 아니겠습니까.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유죄 파기환송이 '빛의 속도'로 진행됐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사법 절차의 신속함을 문제 삼았던 쪽이 이번에는 검증 절차의 신속함을 문제 삼습니다. 절차가 빠르면 정치적 공작이고 느리면 시간 끌기라는 이중잣대는 결국 절차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검증이 정쟁이라면, 그 검증으로 확인하려는 247만 장의 투표지는 무엇이 됩니까. 검증을 막는 자는 누구입니까.

여야 모두 검증 결과를 결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민주당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247만 장의 투표지가 아니라, 그 투표지를 다시 세는 것을 막는 자신들의 모습이 국민에게 비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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