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을 손님의 손에 맡기면서 값은 그대로 받는 것은 효율을 늘리는 일이 아니라 일의 값을 통째로 가져가는 일이다광장
셀프 계산대로 인건비를 줄인 만큼 값은 그대로라면, 그 차액은 어디로 가는가.
김인환 필자2026년 11월 6일편의점 매대 위에 키오스크가 놓이고, 마트 계산대 줄이 줄어들며, 패스트푸드점 테이블 위 주문 단말기가 자리 잡는 속도는 최근 수년 사이 눈에 띄게 빨라졌습니다. 매장 한쪽에 서던 직원 자리를 기계가 채우고, 손님은 기계 앞에 서서 직접 바코드를 읽고 결제를 누릅니다. 매장은 인건비를 줄였지만 상품 값이나 음식 값이 내렸다는 보도는 아직 들리지 않습니다.
한 매체는 줄어드는데 가격은 그대로인 이 구조가 정상적인 시장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레시안). 비용이 줄면 가격이 내린다, 그것이 시장이 효율이라고 말해온 약속이었습니다. 그런데 절약한 인건비가 가격 인하가 아니라 매출 이익으로만 흘러간다면, 손님이 기계 앞에서 수행한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 통로가 어디에도 없습니다. 노동을 제공했고, 그 노동으로 누군가는 비용을 아꼈으며, 아낀 비용은 제공자에게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효율이라 부르기에는 거래가 아니라 징발에 가깝습니다.
계산 실수, 미스캔, 결제 오류. 직원이 계산하던 시절에는 매장이 지던 책임의 무게가 이제는 기계 앞에 선 개인의 어깨에 얹힙니다. 기계가 실수를 하면 손님이 다시 바코드를 찍고, 결제가 멈추면 손님이 직원을 부르고, 중량 확인 창이 뜨면 손님이 물건을 다시 올려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지연과 오류의 비용을 매장이 아니라 손님이 떠안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매장이 비용을 줄이면서 책임까지 줄였으니, 참 고른 거래입니다.
키오스크 주문을 못 읽는 어르신, 카드가 없는 사람, 화면을 다루기 어려운 장애인이 매장에 들어섰을 때 도움을 청할 직원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부수적인 결과가 아닙니다. 기계 도입이 곧 사람 배제로 이어지는 매장에서 기계를 쓰지 못하는 사람은 고객으로 취급받지도 못합니다. 그 소외를 시대의 흐름이라는 취지로 치워버리는 것은, 흐름에서 밀려난 사람이 스스로 책임지라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셀프 계산대를 두려면 직원 계산대를 선택할 권리를 지켜야 합니다. 기계가 노동의 몫을 나눠 갖는다면 그 몫을 값에서 보여 주어야 합니다. 인건비를 아낀 만큼 가격을 내리거나, 셀프 계산을 쓴 손님에게 할인을 적용하거나, 적어도 기계 사용을 거부할 때 불이익이 없어야 합니다. 그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하지 않으면서 기계만 늘리는 것은 노동을 가져가고 대가는 주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기계가 계산을 대신한 것이 아니라 기계가 손님에게 계산을 시킨 것입니다. 그런데 그 노동의 값을 기계가 가져가는 체제를 "효율"이라 부르는 것은 정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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