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기소를 밝히겠다는 특검을 반대편이 빠진 자리에서 통과시키는 것은 진실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특검의 공정을 미리 의심하게 만드는 일이다광장
반대편이 빠진 자리에서 통과되는 특검법은 피해 구제가 아니라 특검 자체의 신뢰부터 깎는다.
송시옥 필자2026년 11월 5일조작된 기소를 적발하겠다는 특검이, 정작 그 특검을 만드는 과정에서 먼저 의심을 삽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을 추진하자 국민의힘이 반발하며 자리를 떴고,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정국의 뇌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검찰의 조작수사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취지이고, 국민의힘은 사법·수사기관을 장악하려는 입법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양쪽 명분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법안을 둘러싼 진짜 문제는 명분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특검을 발의하고 설계하는 정당의 대표가, 동시에 조작기소 피해를 주장하는 재판의 당사자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과 관련된 사건들이 조작수사·조작기소의 결과라고 보며, 이 법안이 그 진상을 밝히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면서도 "법과 상식대로 하면 된다"고 말하고, 공소취소 조항은 삭제하고 진상 규명에 집중하라고 요구합니다. 법과 상식을 말하는 당사자가, 동시에 특검의 대상과 범위를 설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것이 이 법안의 가장 근본적인 긴장입니다.
이 구조가 빚는 모순은 무엇입니까. 특검이 조작기소를 밝혀내면 그대로 이재명의 무죄를 뒷받침하고, 조작을 찾지 못하면 특검 설계자의 주장이 법적으로 부정됩니다. 특검이 밝혀내는 진실이 설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작동하도록 제도가 짜여 있다면, 그것은 진실 규명이 아니라 자신의 재판 결과를 입법부의 힘으로 바꾸는 시도로 읽힐 수밖에 없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공소취소 조항을 겨냥해 "그 끝은 하야뿐"이라고 직격한 것도 같은 구조적 우려에서 나온 비판입니다.
물론 조작된 수사와 기소가 있었다면 진상을 밝혀야 합니다. 그 명분 자체를 부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명분이 바르다고 절차까지 저절로 바르게 되지는 않습니다.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시점에서, 더 늦기 전에 물어야 합니다. 수사 대상은 누가 정하고, 특검 후보는 누가 추천하며, 그 독립성은 무엇이 보장합니까. 이 질문에 여야가 합의하는 답이 없다면, 표결로 통과된 특검은 통과된 순간부터 정당성의 균열을 안고 출발할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립적 특검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한 것은 이 법안의 가장 취약한 지점을 스스로 인정한 발언입니다. 중립성이 선택지라면, 비중립성도 선택지라는 뜻입니다. 특검을 설계하는 권한을 쥔 쪽이 중립을 택할지, 자신에게 유리한 설계를 택할지 결정하는 구조라면, 그 법안은 애초에 특검의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설계도입니다. 공소취소 조항을 빼고 진상 규명에 집중하라는 요구가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조항은 빼고 유리한 방향으로만 법안을 좁히는 과정이 반복되면, 그 법안은 피해 구제가 아니라 자기 방어의 도구로 굳어집니다.
그렇게 모든 명분을 갖추고 다수의 힘으로 법안을 통과시킵니다. 결론만 미리 정해져 있을 뿐입니다.
특검의 첫 번째 조사 대상이 특검을 만든 사람이라면, 그 특검은 진실을 찾는 도구가 아니라 진실 위에 선 사람을 지키는 방패로 읽힐 수밖에 없습니다.
REBUTTAL
이 논점에 반박하세요
이 지면의 최고 찬사는 박수가 아니라 반박입니다. 어긋나는 논점은 침묵하지 말고 글로 내놓으세요.
- 채택된 반박은 원문 아래에 필자 이름과 함께 영구히 남습니다
- 원문 필자는 반박에 답할 의무를 집니다
- 반박을 쓴 필자는 광장에서 논단·석좌로 승격 심사를 받습니다. 논단부터는 조회수에 따른 광고수익 분배
첫 반박의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이름이 원문 아래에 오릅니다.
반박
아직 반박이 붙지 않았습니다.
첫 반박을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