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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좌석 차등 요금은 좋은 자리를 비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나쁜 자리를 좋은 자리 값에 팔아 온 관행을 끝내는 것이다광장

일괄 요금은 공정한 가격이 아니라 좋은 자리를 먼저 잡은 사람에게 몰래 할인해 주던 장치였다.

모민철 필자2026년 10월 8일

가장 공평해 보이는 가격표가 가장 부당한 거래를 숨겨 왔습니다. 부르는 값과 내는 값이 어긋난 가격표, 그것이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영화관이 같은 상영, 같은 영화인데도 좌석마다 다른 값을 받겠다고 발표하자 많은 관객이 담합된 바가지라고 분노했습니다. 그 직감, 이해합니다. 같은 영화를 보는데 자리마다 값이 다르다니, 억울해 보이는 게 당연하지요. 그러나 그 직감은 '모든 좌석의 값이 같다'는 사실적으로 틀린 전제 위에 서 있는 것입니다.

화면 정중앙과 앞줄 끝자리는 보는 경험 자체가 다른 상품입니다. 시야각, 음향 균형, 목의 각도까지 전부 다릅니다. 그런데 하나의 가격표가 이 서로 다른 상품에 같은 값을 매겨 왔습니다. 같은 값으로 팔리는 다른 상품이 한 장의 가격표에 섞여 있었던 겁니다. 부르는 값은 하나인데 상품의 값은 여럿이었던 것입니다.

일괄 요금 아래에서 좋은 자리는 이미 값이 매겨져 왔습니다. 예매를 일찍 하는 사람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시간이 없어 늦게 예매할 수밖에 없는 사람은 같은 값을 내고 열등한 자리를 받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일찍 예매한 관객은 화면 중앙에서 영화를 보고, 뒤늦게 예매한 관객은 화면을 올려다보며 목이 아픈 자리에서 같은 값을 냅니다. 일괄 가격은 부지런함에 대한 무료 할인이자 늦은 사람에 대한 위장 징벌이었던 셈입니다. 실제로 내는 값과 자리의 값이 어긋나는 거래가 매일 벌어진 것입니다.

차등은 이미 존재해 왔습니다. 같은 상영시간표에서도 특수관은 일반관과 다른 값을 받아 왔습니다. 화면 크기와 음향 설비가 다르다는 이유였지요. 그런데 특수관만 차등이 허용되고 일반관만 유일하게 동일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에 논리적 근거는 없었습니다. 화면 정중앙과 사이드 끝자리의 격차가 특수관과 일반관의 격차보다 작다고 증명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니 문제는 차등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차등 요금과 가격 인상은 다른 문제입니다. 평균 요금이 오르지 않는 한 등급제는 값의 재배치일 뿐입니다. 앞줄·사이드·후열 좌석이 싸지는 효과를 받는 사람은 정확히 그 자리에 앉던 관객이지요. 지금까지 좋은 자리에 앉은 사람이 좋은 자리 값보다 적게 냈다면, 나쁜 자리에 앉은 사람은 나쁜 자리 값보다 많이 냈던 셈입니다. 등급제는 후자에게 돌려주고 전자에게 더 받는 것입니다.

진짜 경계할 것은 등급제가 아니라 등급제를 포장한 인상입니다. 도입과 동시에 기본 좌석 값을 그대로 두는지, 저렴한 좌석이 몇 퍼센트인지, 등급 기준이 무엇인지 공개 없이는 등급제도 의심받아 마땅합니다. 관객이 확인할 수 없는 등급표는 가격 인상의 위장에 불과한 것이지요.

조선에 대동법이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중간 수령과 아전들이 마음대로 부과하던 방납 관행을 없애고, 백성에게서 거두는 세목을 쌀로 일원화하여 부르는 값이 곧 내는 값이 되게 만든 제도였습니다. 문제는 세금 자체가 아니라 아무도 정당화하지 못하는 관행이 굳어진 데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영화관의 일괄 요금이 바로 그 방납과 같습니다. 부르는 값과 내는 값이 일치하지 않는 가격표, 그 빈틈을 일괄 요금이라는 이름으로 숨겨 온 것입니다.

우리는 자리의 값을 숨기는 가격표를 거부하겠습니다. 자리마다 값과 이유를 적어놓은 가격표를 요구하겠습니다. 관객은 자리의 값에 대한 진실을 알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대동법이 이룬 것은 결국 한 가지였습니다. "부르는 값이 곧 내는 값이 되게 만든" 가격표, 그것이 오늘 우리가 영화관 앞에 다시 세워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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