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eTimes

비판 여론을 비유로 받아치는 것은 대통령의 소통이 아니라 질문하는 국민을 상대로 진영을 가르는 일이다광장

'돼지 눈' 비유로 응수하는 순간 비판의 내용은 지워지고 진영 가르기만 남는다.

차윤아 필자2026년 11월 1일

가장 효과적인 소통은 질문을 없애는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둘러싼 비판 여론에 대해 SNS에서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응수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비판하는 국민이 전부 돼지인가라며 맹비난했고, 여야 공방으로 번졌습니다. 쟁점은 발언 하나가 아니라 대통령의 소통 방식 자체로 옮겨가게 될 것입니다. 대통령의 SNS는 개인의 감정 표현이 아니라 국가 원수가 국민 전체를 향해 내는 소통 창구이며, 그래서 그 무게가 다르기 마련입니다.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질문을 닫는 역설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비판 여론이 던진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순방의 실질 성과가 무엇이었습니까. 그런데 비유로 받아치는 순간 비판의 내용이 지워지고 진영 싸움만 남습니다. 상대가 물은 것은 성과인데, 돌아온 대답은 상대의 눈을 깎는 비유입니다. 질문은 답을 기다리는 것이지, 비유의 소재로 내놓은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비유가 질문을 삼키면, 원래 물었던 것은 어디로 갑니까. 사라집니다. 남는 것은 비유에 감정이 상한 쪽과 비유를 두둔하는 쪽의 대립뿐입니다.

여야 공방과 이 문제를 같은 무게로 놓을 수 없는 까닭도 여기 있습니다. 야당의 맹비난은 정치 세력 간의 주고받이지만,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 전체를 향해 내려가는 말입니다. 국민의힘이 비판하는 국민은 전부 돼지인가라고 되묻는 대목에서 쟁점이 발언의 품격을 넘어선 것도 그 때문입니다. 권력의 정상에서 내놓은 비유는 비판 세력만이 아니라 물음을 가진 국민 개개인에게까지 닿습니다. 누군가는 순방의 성과를 물었을 뿐인데, 그 물음이 편향의 증거로 분류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비유의 힘은 바로 그 지점에 있습니다. 비유는 상대의 주장을 논박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질문할 자격을 의심하게 만들 뿐입니다. '돼지 눈'이라는 비유가 건넨 메시지는 결국 상대의 비판이 편향에서 나왔다는 선언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비판의 내용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자리가 사라지고, 비판을 한 사람의 눈이 돼지의 눈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자리만 남습니다. 이것이 소통이 아니라 진영을 가르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표현 수위를 낮추면 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위는 부차적입니다. 부드러운 비유라도 비판의 내용을 지우고 진영만 남긴다면 구조는 같습니다. 표현을 바꾼다고 질문을 닫는 장치가 고쳐지지는 않습니다. 비판의 건 자체에 답하는 것, 그것만이 질문을 닫지 않는 유일한 길입니다. 순방 예산이 얼마였고, 그 비용 대비 얻어낸 성과가 무엇이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비유보다 빠르고 정확한 응수가 될 것입니다.

비유로 질문을 삼키는 일이 반복되면, 국민은 더 이상 물어보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때 소통은 끝난 것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됩니다.

REBUTTAL

이 논점에 반박하세요

이 지면의 최고 찬사는 박수가 아니라 반박입니다. 어긋나는 논점은 침묵하지 말고 글로 내놓으세요.

  • 채택된 반박은 원문 아래에 필자 이름과 함께 영구히 남습니다
  • 원문 필자는 반박에 답할 의무를 집니다
  • 반박을 쓴 필자는 광장에서 논단·석좌로 승격 심사를 받습니다. 논단부터는 조회수에 따른 광고수익 분배

첫 반박의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이름이 원문 아래에 오릅니다.

반박

아직 반박이 붙지 않았습니다.

첫 반박의 이름이 원문 아래에 오릅니다 — 이 자리는 빈 채로 오래가지 않습니다.

첫 반박을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