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전에 대법원장의 위헌 위법 목록을 여당 지도부가 나눠 본 통화는 검증의 준비가 아니라 국감의 사전 조율이다광장
국감 전 통화로 흘러간 대법원장의 문제점 목록은 국감을 검증이 아니라 각본으로 만든다.
백영우 필자2026년 10월 21일국감 전날 밤, 여당 지도부와 국회 위원장이 대법원장의 위헌·위법 사유를 나눠 본 통화가 검증 준비로 포장되고 있습니다.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민석 대표와 통화하며 조희대 대법원장의 위헌·위법 사항을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서 위원장은 통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국감은 입법부가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는 헌법적 장치입니다. 그런데 그 검증의 논거가 피검증 기관의 수장을 겨냥한 공격 목록 형태로 여당 지도부와 위원장 사이에서 미리 오갔다는 점이 지금 쟁점입니다.
CBS노컷뉴스 등 보도에 따르면 김민석 대표가 통화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탄핵 문제를 직접 꺼냈고, 서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의 위헌·위법 사유로 여덟 가지 항목을 적시했습니다. 핵심은 그 여덟 가지 목록이 누구 손을 거쳐 어떻게 위원장에게 들어왔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검증의 근거가 될 문건을 사법부 내부에서 작성했는지, 여당이나 외부에서 취합한 것인지도 가리지 않은 채 통화 사실만 인정하면, 대법원장 스스로 국감의 논거를 바친 꼴이 되고 사법부 독립의 경계가 흔들립니다. 이런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감 증인 채택을 주도한 서영교 위원장이, 국감을 앞두고 여당 대표에게 피검증 기관 수장의 위헌 사유를 나열해 보고하는 구도입니다. 입법부가 사법부를 견제하는 자리인데 그 견제의 사전 조율이 여당 지도부와 위원장 사이에서 이루어졌다면, 국감은 헌법적 통제가 아니라 당의 지휘계통을 따라 움직이는 정치 공정에 가까워집니다. 김의겸 의원까지 유튜브 방송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김민석 대표가 통화에서 탄핵을 먼저 거론했다는 정황까지 더해지면, 이 일련의 과정은 개별 의원의 발언이 아니라 당 차원의 사전 셋팅으로 읽힐 수밖에 없습니다.
야당일 때는 사법부 독립이 정의였고, 집권한 지금은 사법부 수장의 위헌 목록이 여당 지도부의 회의 안건이 됩니다. 광장에서 사법부 탄압을 규탄하던 당이 지금은 국감장을 탄핵 선언의 무대로 쓰려 합니다. 서 위원장이 전달한 목록이 단순 정보 공유에 불과하다면, 왜 그 정보를 여당 대표에게 먼저 올렸겠습니까. 공유된 정보가 국감 공격의 논거 목록이라면, 그 공유 자체가 여당의 사법부 압박을 미리 조율한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큽니다.
검증의 절차를 갖추는 것이 검증의 본질이 아닙니다. 검증의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절차를 그에 맞추는 것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서 위원장은 통화의 전체 경위와 위헌·위법 사유 목록의 작성·전달 경로를 낱낱이 공개해야 합니다. 여당 지도부 역시 탄핵 거론이 사전 조율의 일환이었는지 소명해야 하고, 목록이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라면 그 경로까지 밝혀야 합니다. 국감장의 선서대 위에 놓일 종이가 대법원장의 증언서인지 여당의 기소장인지, 그 출처부터 먼저 밝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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