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컵 담보금의 성패는 액수가 아니라 반납 절차에 달려 있다광장
다회용컵 담보금을 두고 벌어지는 비싸다 vs 당연하다 논쟁은 액수를 두고 싸우지만, 제도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반납 절차와 회수 인프라다.
지금 커피 한 잔을 마시려 해도 수천 원을 더 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컵을 쓰려면 담보금을 내고, 컵을 나중에 반납하면 그 돈을 돌려받는 구조가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비싸다"는 불만과 "환경을 위해서라면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부딪히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양쪽 모두 담보금 액수 자체에 매달려 있습니다.
참 대단하신 논쟁입니다. 돌려받을 돈의 크기를 두고 비싸다니 싸다니 하며 싸우고 계시니까요. 담보금은 벌금이 아니라 보증금입니다. 컵을 가져다주면 그대로 내 주머니로 돌아오는 돈이지, 세금처럼 영원히 사라지는 비용이 아닙니다. 액수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것은, 돌려받을 보증금을 매입 비용인 양 전제해놓고 시작하는 논쟁일 뿐입니다. 진짜 문제는 그 액수가 아니라, 그 돈을 돌려받기 위해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절차에 있습니다.
컵을 빌려 쓴 사람이 겪어야 하는 일을 한번 세어보십시오. 컵을 들고 다시 매장까지 가야 하고, 빈 반납함을 찾아 헤매야 하고, 앱을 켜거나 영수증을 꺼내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 절차가 사람을 주저하게 만드는 장벽이라는 건, 한 번이라도 다회용컵을 들고 나온 사람이면 누구나 압니다. 수천 원의 담보금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 수천 원을 되찾으려고 들여야 하는 시간과 발걸음이 사람을 막아 세우는 것입니다.
절차가 문제인 까닭은, 담보금 액수를 아무리 깎아도 이 장벽은 그대로라는 데 있습니다. 회수하고 세척하는 거점이 부족하면 다회용컵은 일회용컵보다 물과 에너지를 더 쓰게 됩니다. 인프라 없이 담보금만 걸어두면, 겉모습만 다회용인 장치에 그치고 맙니다. 돌려받는 동선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담보금을 포기하고 그냥 일회용컵을 집어 들 것입니다.
액수 논쟁이 유독 오래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담보금을 올리든 내리든 눈에 보이는 숫자는 바로 바뀌지만, 반납 거점을 늘리고 절차를 손보는 일은 시간과 예산이 드는 데다 성과가 당장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논쟁은 손대기 쉬운 숫자 쪽으로 계속 쏠리고, 정작 사람을 막아 세우는 절차는 뒷전으로 밀립니다. 매장 하나에 반납함 하나뿐이라면, 담보금을 아무리 낮춰도 그 매장 앞에 줄을 서야 하는 불편은 그대로 남습니다.
절차를 줄이고 반납 거점을 넓히는 일이 액수를 깎는 논쟁보다 먼저입니다. 담보금이 다시 주머니로 돌아오는 동선이 짧아질수록, 비로소 일회용컵은 줄어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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